Tuesday, October 11, 2011

5천만원대 최강 세단의 탄생 - Taurus SHO

V6 3.5L 직분사 엔진에 터보를 조합해 370마력의 힘을 끌어내는 토러스 SHO는 V8이 전혀 부럽지 않은 세련된 음색과 화끈한 성능을 뿜어낸다. 막강해진 힘은 6단 자동과 할덱스의 4륜구동 시스템으로 효율적으로 지면에 전달된다. 강력한 엔진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 글 변성용 사진 최진호

득세하는 독일차와 위축된 일본차로 요약되는 최근의 수입차시장에서 다소 독특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차가 바로 미국차다. 허술한 만듦새로 맥없이 비틀거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빅3가 절치부심하여 만든 최근 차들은 최소한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모습이다. 포드의 토러스 또한 그 중 하나. 본가인 미국에서는 여전히 ‘렌탈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지는 못한 모양이지만, 한국에 오면 사정은 달라진다. 풀 사이즈 세단의 당당한 크기, 국산 준대형차와 직접 겨룰 수 있는 가격 경쟁력, 여기에 수입차라는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갖추었으니 한국 소비자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월간 베스트셀러 10위에 오르내릴 정도는 아니어도 포드에게는 효자 소리를 듣기에 모자람이 없는 차로 꾸준한 판매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자극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기존 2가지의 단출한 토러스 라인업에 새로운 차가 추가 되었다. 이번에는 포드차의 고성능 버전에만 붙는 수식어, SHO를 붙였다.


포드에도 스페셜 모델이 있다
무슨 거창한 뜻을 품고 있을 것 같은 SHO는 사실 Super High Output, 그러니까 ‘수퍼 고출력’을 줄인 말이다. 맥이 빠질 지경으로 간단명료한 네이밍이지만 SHO의 계보를 이은 차들은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성능을 가진 차였다. 세대가 바뀌며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도 있었으나 야마하(오토바이의 그 야마하 맞다)의 손을 거쳐 탄생한 V6와 V8을 얹은 SHO는 하나같이 당대의 고성능차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북미 매니아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SHO의 전통대로 외관상으로는 기본형과 거의 차이가 없다. 조그마하게 자리잡은 SHO 로고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이고 기본형 대비 2인치 커진 20인치 휠은 두툼한 보디라인에 파묻혀 대형 휠의 위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순정 그대로라도 토러스의 디자인은 이미 수작이다. 길이 5.16m의 거대한 풀 사이즈 세단이지만 오버행만 잡아 늘인 허술한 디자인의 차도 아니다. 직선 기조의 보디 각 부분이 서로 일부가 되어 군더더기 없이 연결되어 있다. 새로워진 포드의 디자인 역량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D3 플랫폼의 특징으로 인해 토러스는 높이가 1.55m로 꽤 높다. 세단이지만 어지간한 크로스오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 2.87m의 휠베이스는 훌쩍 커진 국산 준대형차와도 별 차이가 없다. 이 정도의 휠베이스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실내공간이 풀 사이즈 차의 공간으로는 조금 좁게 다가오는 것은 의외의 부분.

토러스의 실내 디자인은 외부만큼이나 단정하다. 바로 이전 모델이 한심한 파이브헌드레드였음을 생각하면 불과 1세대 만에 이룩한 변화가 놀라울 정도다. 단정한 직선 위주의 균형 잡힌 대칭형 대시보드에 은은한 아이스블루 조명이 부드럽게 글씨를 채운다. SHO에만 적용되는 대시보드 트림은 비록 진짜 알루미늄은 아니지만 특별한 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알칸타라로 감싼 시트는 시트 홀딩이나 착좌감보다 통풍기능이 일품이다. 더운 여름날 시트 전체에서 솟구쳐 나오는 에어컨 바람은 겨울날의 열선시트와는 또 다른 감탄사가 튀어나오게 만든다.

센터콘솔에 달린 8인치의 대형 터치스크린 속에는 소니가 만들어 공급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담겨 있다. 음질도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그 핵심은 SYNC. 마이크로소프트가 차량용 인터페이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시스템이다. 강력한 미디어 커넥트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 스마트폰의 문자나 통화와 모두 연동되며 CD나 USB의 음악을 내장된 10GB 하드 드라이브로 복사해 넣는 주크박스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음악과 통신에 관련된 모든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원래대로라면 내비게이션이나 각종 부가서비스를 모두 동일 인터페이스로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이런 것은 북미에 국한된 이야기(어차피 한글도 지원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따로 장착한 내비 또한 SYNC의 첨단 기능과는 관련이 없다. 익숙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고해상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

6단 변속기의 손잡이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고 게이트 방식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며 수동 변속도 불가능하다. 수동 변속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변속 시프트를 M으로 옮긴 다음 스티어링 휠의 패들 시프트를 써야 한다. 좌우 구분이 없이 뒤에서 누르면 +, 앞에서 누르면 -인 식이다. 절대 작다고는 할 수 없는 기자의 손으로도 다운 시프트를 하려면 엄지손가락을 허우적거려야만 한다. 그냥 오른쪽 +, 왼쪽- 가 더 편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은 왜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 걸까?


 V8을 능가하는 V6 엔진
과거의 SHO 엔진은 야마하가 전담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코스워스까지 거들어 만들었지만 이번의 신형 엔진은 포드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엔진 라인업의 결과물. 이른바 에코부스트라 불리는 직분사 트윈 터보 엔진이다. 고성능을 위해 만들었다기보다는 대배기량 V8의 힘과 출력을 그보다 작은 V6로 내겠다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최고출력 370마력/5,550rpm, 최대토크 48.4kg·m의 힘이 할덱스의 4륜구동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단언컨대, 이 차의 즐거움은 모두 엔진에서 우러나온다.

너무나 좋은 엔진이다. 직진 가속력부터 V8을 대체한다는 말이 허세가 아님을 실감한다. V6 엔진이지만 뱅크당 하나씩 터보를 다는 간단한 방법 대신 소형 터빈 2개를 배기압에 따라 따로 작동하도록 하는 복잡한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터보랙은 전혀 느낄 수 없다. 회전질감은 V8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인 데다 다기통 엔진의 울림 좋은 배기 사운드는 더 듣고 싶어서 자꾸 회전수를 올리게 만드는 중독성마저 있다. 저회전부터 터져 나오는 토크의 기세가 마치 망치로 내려치는 듯 거세지만 시내에서 잠자코 다니기로 마음먹으면 이만큼 손쉬운 엔진도 없다. 4륜구동 고유의 끈끈한 트랙션 덕에 퍼붓는 빗속을 가속하며 달리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하체는 엔진만큼 감동적이지는 않다. 올라간 출력에 맞추어 댐퍼와 스프링, 스웨이바로 다진 하체는 매끈한 도로를 달릴 때는 꽤 좋은 승차감을 보이지만, 폭우로 손상된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여지없이 퉁퉁거리며 스포츠 서스펜션의 한계를 드러낸다. 그렇다고 핸들링이 빠릿한 편도 아니다. 트랙션은 좋지만 2톤이 넘는 무게로 인한 관성이 만만치 않게 다가온다. 제로백 5초대의 고성능 차이지만 가속감이 수치만큼 다이내믹하지 않은 것도 특이하다. 성능 수치로만 놓고 보면 싸다 싶은 차였는데 알고 보니 이 차의 가격, 꽤 절묘하다.

미국인들의 속칭으로 말하자면 이 차는 슬리퍼(Sleeper)다. 흔해 빠진 보통차에 보디키트 하나 달지 않은 평범한 모습이지만 예상치 못한 가속으로 치고 나가면서 깜짝 놀랄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간다(코너링의 속도와 즐거움은 별개의 문제다). 적어도 이 덩치에 이런 달리기가 이 가격에 가능한 차는 토러스 SHO가 유일하다. 앞으로 미국제 V8을 보기 힘들어진다는 것은 무척 섭섭한 일이지만 다운사이징 V6 엔진은 출력과 회전질감 모두 V8에 비해 손색없는 수준으로 완성되었다. 유일하게 V8의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연비. 실주행으로 확인한 6km/L대의 연비는 ‘에코부스트’라는 이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름값 하는 고연비의 실현은 포드에게 남은 숙제일 것이다. 아, 5% 모자란 하체도 숙제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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